분류 전체보기
-
광장의 그늘, ‘실패 이후’에 관하여이슈 2025. 8. 31. 00:27
김은희 사빠띠스따는 ‘물으면서 우리는 걷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그 길을 알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는 그 길을 모른다)길을 묻는 것이 혁명적 과정 자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는 묻는다. - 존 홀러웨이,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갈무리, 2002) 중에서 광장의 ‘민주주의’는 승리한 걸까? 느닷없이 닥친 비상계엄으로 인해 열린 탄핵광장은 겨울을 지나 봄이 무르익도록 여의도 그리고 경복궁역 앞을 들락이게 했다. 많은 이들이 형형색색 물든 ‘빛의 혁명’을 상찬했고, ‘응원봉을 든 2030 여성’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대중들’들은 스스로 길이 되어 다른 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들였다. 마스크로 자신을 감추기보다 광장식 인사로 존재를 가시화하면서 연대를 생성해내고 있다. 남태령 그곳에 모인 이들..
-
돌봄이 퍼포먼스라면칼럼 2025. 8. 27. 02:28
염운옥 재작년 가을의 일이다. 곤지암 화담숲 단풍이 좋다길래 엄마를 모시고 보러 나섰다. 늘 바쁜 남동생과 겨우 시간을 맞추고 리조트 하룻밤 숙박을 예약했다. 단풍 계절 화담숲 입장권은 역시나 매진이었다. 취소 표를 얻으려 사이트를 며칠 동안 지켜본 끝에 겨우 오후 3시 입장권 석 장을 예약할 수 있었다. 다음은 휠체어 구하기. 80대 중반에 접어든 엄마의 나이 든 몸은 보행할 수는 있으되 오래 걸을 수 없다. 다행히 화담숲은 휠체어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동네 주민센터에서 휠체어를 대여했다. 아름답게 단풍이 든 숲길과 잘 가꿔진 정원을 돌아보는 데는 세 시간 정도 걸렸다. 내려오는 길에는 소나무 숲 사이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사이좋게 번갈아 휠체어를 밀었다. 자작나무 숲길에서 엄마..
-
광장의 가장자리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말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칼럼 2025. 8. 27. 02:26
상현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이후의 겨울과 봄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시위로 뜨거웠다. 결국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탄핵 정국과 광장의 정치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한 터라, 거기에 내가 말을 더 얹는 것이 어떻게 유의미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순전히 지금 내가 느끼는 답답함과 불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해명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와 민주주의의 모습이 무엇인지,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확신을 갖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서 나의 불안이 기인한다. 더 정확히는 사회운동 세력이 광장을 평가할 때 보여주는 모종의 자기 확신이나 긍정..
-
멕시코의 판사 선거: 삼권분립의 위기인가 국민주권의 새로운 전기인가이슈 2025. 8. 27. 02:17
수경 2025년 6월 1일 멕시코에서 선거가 진행되었다. 행정부의 수반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입법부를 구성할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도 아니었다. 세 개의 국가 권력 가운데 국민의 직접 선거 대상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사법부가 세계 최초로 선거의 무대에 올랐다. 연방제인 멕시코의 각 주 지역 법원부터 연방 단위의 1심 법원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판사를 직접 투표로 선출했다. 이번 선거는 2024년 9월 15일 공표된 사법 개혁에 따른 결과였다. 사법 개혁은 극단적인 대립을 낳은 쟁점이었다. 2024년 2월 5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개혁안을 제안한 후, 약 7개월 만인 9월 11일 상원을 통과한 후 주 의회의 동의를 거쳐 9월 15일 공표하였다. 야당과 대다수 법조인..
-
법치주의-민주주의와 정치: ‘국민’‘국가’를 넘어설 국가정치가 필요하다.기획 주제 2025. 8. 27. 01:54
고정갑희 이대로 충분한가? 계엄, 내란, 탄핵, 파면, 조기대선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맞닥뜨린 한국 사회는 비상계엄 이상으로 비상사태를 경험했다. 과거 독재와 단절되지 않은 권위주의적 친위쿠데타를 광장과 법치가 막아냈다. 6개월의 뜨거움과 혼란을 넘어 새로운 정부의 출범으로 예외 상황이 종식되고, 광장은 ‘승리’했으며, 국가정치는 ‘정상화’되어 이제 안심하고 각자 할 일을 하며, 일상을 살면 된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이 되었다. ‘극우’라 불리는 윤석열 지지-반탄 세력들은 한풀 꺾였으며, 새 정부는 모습을 갖추고 움직이고 있다는 진단, 즉 국가의 매커니즘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대세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러한 진단을 근거로 ‘국가정치’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제야말로 사법-입법을 중심으로 한 법..
-
사법권 독립이 아니라 사법 민주화다기획 주제 2025. 8. 27. 01:53
김종서 사법권 독립이라는 이데올로기 12·3 계엄 이후 전개된 일련의 과정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근대 민주주의의 토대로 여겨지는 권력분립은 신화에 불과하고 사법권은 과도하게 비대해졌음에도 사법권 독립 논리에 가로막혀 적절하게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권력분립은 국민주권론의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장치다. 주권자와 주권행사자가 분리되고 국민대표는 유권자의 의사에 구속되지 않는다(무기속위임)는 국민주권론에서는 필연적으로 국민대표에 의한 권력 남용의 문제가 남는데 이를 체제내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권력분립이다. 즉 국가권력을 몇 개로 나누고(권력의 분리), 각 권력(입법권, 집행권과 사법권)을 서로 다른 기관들에 나눠주면(권력의 분산) 권력기관들이 서..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웹진 『파』 7호를 발간합니다,공지사항 2025. 8. 27. 01:38
고정갑희 모든 존재들에게 빛은 무한과 유한을 오고 가게 합니다. 2024-25년 한국의 광장과 빛은 계엄과 내란을 막아내고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새 정부를 세웠습니다. 여의도와 광화문, 남태령과 한강진의 빛이 된 응원봉, 트랙터, 키세스 그리고 깃발들은 사적 권력을 공적으로 수호하려는 잘못된 의지를 막았습니다. 계엄과 내란은 막아냈지만, 광장의 정치와 법치는 일상의 회복 이상의 변혁을 불러오지는 못했습니다. 웹진 『파』 7호는 비상 상황에서 제대로 묻지 못한 질문들을 던지고자 합니다. 또한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해 국가정치와 법 그리고 민주주의의 관계를 살피는 기획을 하였습니다. 기획 주제는 정치의 사법화와 국가정치의 향방에 대한 질문과 답을 시도하는 두 편의 글을 게재합니다. 기획의 첫 번째 글인 김..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웹진 『파』 6호를 발간합니다.공지사항 2025. 2. 28. 23:12
수경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던 어느 저녁이 느닷없이 '국가비상사태'로 불리고,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이루어지는 군사작전이 '통치'로 규정되는 상황에서 국가·정부·헌법·통치·민주주의와 같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었던 근본적인 질서와 가치가 무너져내렸습니다. 대안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기존의 권력 구조에 균열을 내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데 망설임 없는 맹신으로 사회에 균열을 야기하는 집단이 이 사회에 등장했습니다. 모두가 목격하고, 명명백백 드러나는 사실들을 성찰보다는 부정하는 모습에 말문이 막힙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오염된 말로부터 뭔가를 건져내기 위해 몸부림을 쳐보지만,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맙니다. 웹진 『파』 6호는 다시 말문을 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