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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웹진 『파』 6호를 발간합니다.공지사항 2025. 2. 28. 23:12
수경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던 어느 저녁이 느닷없이 '국가비상사태'로 불리고,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이루어지는 군사작전이 '통치'로 규정되는 상황에서 국가·정부·헌법·통치·민주주의와 같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었던 근본적인 질서와 가치가 무너져내렸습니다. 대안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기존의 권력 구조에 균열을 내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데 망설임 없는 맹신으로 사회에 균열을 야기하는 집단이 이 사회에 등장했습니다. 모두가 목격하고, 명명백백 드러나는 사실들을 성찰보다는 부정하는 모습에 말문이 막힙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오염된 말로부터 뭔가를 건져내기 위해 몸부림을 쳐보지만,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맙니다. 웹진 『파』 6호는 다시 말문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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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계엄’과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드러난 국가와 국가주의기획 주제 2025. 2. 28. 21:55
고정갑희 국가에 대한 질문, 무엇을 물을 것인가? 때로는 가려져 있던 것들이 선명하게, 정제되지 않은 민낯을 드러낼 때가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상황은 ‘국가’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대한민국의 ‘12.3 계엄’과 미국의 트럼프 취임과 함께 내려진 ‘행정명령’은 국가와 국가간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한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현 상황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갖기 위한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밤의 느닷없는 비상계엄선포는 대한민국이 오랜 군부독재 이후 ‘민주화’를 이루고, 민주주의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판단이 착각이었음을 일깨웠다. 그리고 2025년 1월 20일 트럼프의 취임과 행정명령은 세계화 과정과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하에서 국가는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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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장애를 통해 돌봄을 배우다칼럼 2025. 2. 28. 02:31
염운옥 아버지를 돌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다. 2014년 늦가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는 당뇨합병증으로 오래 고생했다. 30년 넘게 진행된 당뇨는 혈관, 신장, 족부, 눈, 뇌 등 온갖 신체 기관에 합병증을 일으켰고 그 결말은 말기신부전증과 시각장애와 인지저하증이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주로 돌봤지만 장녀인 나도 한몫을 맡았다. 2010년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면서 어머니와 내가 ‘주역’을, 따로 가족을 이룬 남동생이 ‘조역’을 맡아 아버지 돌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외래진료를 위한 정기적인 종합병원 방문은 물론 몇 달에 한 번씩은 새벽에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다. 투석만큼은 피하고 싶었으나 돌아가시기 3년 전부터는 혈액투석을 받아야 했다. 체력이 쇠해지면서 섬망과 치매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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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 집단강간 재판’의 지젤 펠리코: 피해자에서 페미니스트 영웅으로이슈 2025. 2. 27. 00:18
‘마장 집단강간 재판’의 지젤 펠리코: 피해자에서 페미니스트 영웅으로화학적 복종 강간, 남성성과 강간법 개정을 사회의제화하다. 반하라 2024년 12월 19일 프랑스 전역과 해외에서 온 수백명의 기자들이 아비뇽 법정에 모였다. 15주 동안 매일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됐던 마장(Mazan) 집단강간 재판의 최종판결일이었다. 근 십년(2011~2020년) 동안 도미니크 펠리코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아내 약물강간을 제안해서 호응한 남성들을 집에 불러 아내 지젤 펠리코를 그녀가 모르게 강간하게 하면서 촬영했다. 자신이 아내를 강간할 때는 다른 남성이 자신을 촬영하도록 했다. 도미니크는 20년 징역형을 받았고, 공범 50명은 3년에서 15년 징역형을 받아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집단강간의 피해자 지젤은 최종판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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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내란위기’와 자본주의 국가의 정당성 위기기획 주제 2025. 2. 27. 00:17
김선철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치위기가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군대를 몸으로 가로막은 시민들의 힘으로 계엄을 막고 광장의 힘으로 국회의 탄핵 표결은 이끌어냈지만, 광장은 갈렸고 음모론과 극단주의로 무장된 극우 세력은 부쩍 커진 목소리로 끝 모를 불신과 혐오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한국 사회를 밀어 넣고 있다. 극우 세력이 광장에 나타난 것, 혹은 ‘정치적 양극화’로 정치위기가 대두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위기는 이전과는 달라 보인다. 이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야당과 검경, 주류 언론은 위기의 원인을 윤석열 개인과 주변의 ‘내란 동조세력’, 혹은 그의 극단적 지지자들의 ‘일탈’에서 찾고, 그들을 엄벌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면 문제가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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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는 어쩌다가 ‘안보’의 문제가 되었나칼럼 2025. 2. 27. 00:16
‘이주’는 어쩌다가 ‘안보’의 문제가 되었나- ‘국경 통제’와 동시에 구축되어야 할 ‘국경 투쟁’을 모색하며 심아정 이주의 ‘안보문제화’와 이주민의 ‘범죄화’, 그 연원을 찾아서 화성외국인보호소 면회 활동을 통해 외국인보호소가 ‘국가보안시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면회자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녹음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과연 갇혀 있는 사람들이 국가안보에 어떤 ‘해’(害)를 가한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국경을 넘어온 이들이 ‘국민의 안전’과 ‘공공의 질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발상에는 자연스레 ‘가짜 난민’, ‘불법’, ‘범죄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면회실 사진. 상단에 “이곳은 국가보안시설이므로 일체 사진촬영을 금지합니다”라는 문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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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직후 일본의 ‘낙태지시’와 여성들의 ‘임신중지’ 사이의 정치적 틈새칼럼 2024. 8. 28. 00:48
패전 직후 일본의 ‘낙태지시’와 여성들의 ‘임신중지’ 사이의 정치적 틈새-후쓰카이치 보양소 답사를 통해 뒤늦게 마주한 전후의 실종된 재생산정의 심아정 히키아게(引揚げ, 이하 인양 혹은 귀환)는 전쟁과 식민지 종주국 국민으로서 해외에 살던 일본인이 패전 이후 귀국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패전 당시 해외에는 일본의 군인·군속 및 일반인이 660만명 이상 체류하고 있었다. 중국 동북부(구 만주)에서 소련군의 참전으로 전투에 휘말린 사람들이 비참한 상황에 처했던 경험은 일본 내에서도 가해국 국민이 겪은 ‘피해 서사’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1946년 말까지 500만명을 넘는 이들이 귀환했고, 1958년 이후로는 개별적으로 돌아왔다. 열 아홉 개의 귀환항에는 1945년 10월 점령군 총사령부(GHQ)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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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주체: 민주주의를 향한 길 위에 선 한국 여성들을 찾아서칼럼 2024. 8. 28. 00:47
펑 위안(Feng Yuan) 나는 한국의 여성 운동이 ‘민중 운동’과 함께 권위주의나 군사 독재 정권의 억압적인 통치기에도 살아남을 만큼 강력하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피비린내 나는 고난의 과정 속에서 한국 여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역사적 장소를 올해 봄과 여름이 되어서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파주 비무장지대가 이번 방문의 첫 번째 목적지는 아니었다. 나에게 그곳은 전후 회복과 트라우마 치유라는 한국의 얽히고설킨 역사적 과정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게 이미 주입된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중국의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내게 주입된 첫 번째 기억은 북한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군과 남한 ‘괴뢰’ 정부를 물리친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