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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이슈 2024. 2. 28. 03:19
홍명교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기반으로 한 통치세력이자 무장정파 하마스와 일군의 무장그룹들이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폭격을 쏟아부으면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는 끝나지 않은 폭력과 학살의 연장선에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MoH)에 따르면, 2월 19일 기준 가자지구에서 최소 29,195명이 사망하고 69,17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40% 가량은 어린이인데, 가자지구를 향한 폭격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이미지는 폭격에 맞아 잿더미가 된 채 그을음과 먼지로 뒤덮인 채 자신을 보호하려다 숨진 부모의 마지막 품에 안겨 있는 죽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수준의 인도적 위기는 2차 대전 이래 가장 심각하다. 2월 7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사업기구(UNRWA)는 “위생과 깨끗한 물 부족으로 인해 질병 확산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가자지구에서의 영양실조 검진 결과에 따르면, 6~59개월 아동의 급성 영양실조(GAM) 비율이 16.2%로 세계보건기구(WHO) 위험 기준치 1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WHO에 따르면 2월 7일 현재 가자지구에는 완전한 기능을 갖춘 병원이 없으며 병원의 36%, 1차 의료센터의 17%가 부분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식량과 안전한 식수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질병이 확산됨에 따라 어린이와 임산부 및 모유 수유 중인 여성들의 영양실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1 작년 10월 이전 급성 영양실조 상태인 아동(5세 미만)의 비중은 0.8%였다.
012023년 12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동생의 시신 앞에 앉은 소녀와 2024년 2월 19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이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아빠와 엄마ⓒ 텔레그램 Eye on Palestine 채널 전 세계적인 반전평화 운동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과 집단 학살이 시작되자 전 세계 곳곳에서는 반전평화와 식민지배의 종식을 요구하는 대중 시위가 불붙었다. 중동의 여러 도시에서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대중 시위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학살에 맞선 저항에 가장 든든한 힘이 됐을 것이다. 영국 런던에서도 7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팔레스타인 상황의 원죄를 안고 있는 영국 정부를 규탄하고, 이스라엘 점령군의 학살 중단을 요구했다. 미국에서는 유대계 시민들의 이스라엘 시오니스트 규탄 기습행동 등 시위와 도시 곳곳에서의 대중 시위가 이어졌다. 이는 라틴아메리카나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련의 행동들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그 규모를 잃지 않고 있다. 이는 2003년 이라크전쟁에 맞선 전 세계적 반전 시위 물결을 상회한다.
인상적인 것은 이스라엘로의 무기 혹은 군사 장비 수출을 저지하기 위해 각국 노동자들의 직접 행동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10월 16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노동조합 연맹’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의 노동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을 향해 긴급 연대를 요청했다. 이스라엘로 향하는 무기 생산과 운송을 거부하고, 모든 군사 거래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호응해 스페인과 벨기에,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 노동조합들의 무기거래 중단을 위한 투쟁이 이어졌다. 이런 투쟁들은 유의미한 성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 10월 26일, 이스라엘 무기 기업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영국 노동자들ⓒ 소셜미디어 X 남아공 정부의 ICJ 제소
지난 12월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량학살을 벌이고 있다며 ‘집단학살 범죄 예방 및 처벌 협약’을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1월 11일 열린 첫 공청회에서 남아공 고등법원 선임 변호사 템베카 응쿠카이토비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량 학살로 몰아넣은 이스라엘에 전투 중지를 명하는 잠정조처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군사 공격이 진행되는 방식을 볼 때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 의도가 명백하다”며 “지도자들에게 체계적이고 명백한 대량 학살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1월 26일, 조앤 도너휴 재판장은 “법원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정도를 절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계속되는 인명 피해와 고통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이스라엘이 해당 지역에서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존재한다”면서 “집단 학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2 그러나 재판부는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명령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스라엘 점령당국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20년 전인 2004년 7월 ICJ는 서안지구에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장벽은 “불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무시됐다. 그런 점에서 ICJ 판결에 전적인 기대를 갖기보다는, 국제적인 반전평화운동과 여론의 힘을 강화하는 것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하나마 이번 판결 역시 이런 운동의 결과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2월 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라파에 대한 전례 없는 군사적 공세가 이미 대규모 살상과 파괴로 이어졌고, 앞으로 더 큰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ICJ에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임시조치 판결 위반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달라고 긴급 요청했다.3 10월 7일 이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휴전 촉구 성명조차 내지 못하는 식물 상태로 전락했는데, 위태로운 지위에 놓인 국제법적 질서가 존재 가치를 지킬 것인지, 혹은 폐기될 것인지 여부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운동에게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서의 비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완전한 해방을 가져오기 위한 반전평화 국제연대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양비론에 맞서 반전운동을 강화하자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무수한 오해와 왜곡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심지어 사회운동 일각에서도 그 영향이 적지 않다. 일부 양비론자들은 하마스가 10월 7일 잘못된 방식으로 테러를 가했기 때문에 이 운동을 옹호하는데 기꺼이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동등한 수준의 국가로 가정하고, 적극적으로 양비론을 펼치기도 한다.1 하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은 식민 지배의 점령세력이고, 팔레스타인은 어디까지나 피점령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현 상황을 분쟁이나 충돌 같은 동등한 주체간 전개되는 것으로 오독할 수 있는 어휘로 설명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76년째 식민지배하고 있다. 애초 시온주의 프로젝트는 그 땅에 대대로 살아온 아랍인 집단을 전부 쫓아내고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을 이주시킴으로써 ‘유대 국가'를 세운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었다. 즉, 유럽에서 건너온 기독교도 백인들이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을 의도적으로 학살하고 그들의 땅을 점령했듯, 시온주의자들은 ‘정착민 식민주의’를 이행해왔다.
우리는 유럽에서의 반유대주의가 시온주의에 대한 지지로 전도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유럽 사회의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는 단지 유대인들을 몰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으며, 대신 유대인들이 아랍 지역을 식민 지배하도록 지원했다. 1947년 UN 분할안은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는 이듬해 5월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자행된 대재앙(나크바, nakba)를 뒷받침했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및 서안지구에 대한 무단 점령에 대해 UN은 명백하게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UN이 현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1947년 당시 유대인들이 살던 땅은 6%에 불과했지만, UN은 유대인에게 팔레스타인 땅의 56%를,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에겐 불과 43%를 분할해주었으며, 나머지 1%(예루살렘)는 국제 관리지역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점령당국은 이마저도 무시하고 1차 중동전쟁을 일으켰고,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점령해버렸다. 설상가상 오늘날 극우 시온주의자들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의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으로 이주해 불법 정착촌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은 결코 평범한 민간인이 아니다. 총을 든 인종주의자이자 극단주의자 집단이다.
어떤 서사를 따라가도 비극은 2023년 10월 7일에 시작되지 않았다. 인티파다(민중봉기)가 발발하고 하마스가 창립된 1987년 10월에 시작되지도 않았다. 1948년 대재앙을 통해, 1947년 UN의 분할안에 의해, 19세기 말~20세기 초 시온주의의 발호에 의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76년간 팔레스타인을 군사 점령하고 지속적으로 공격해왔다. 이스라엘 점령 당국이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을 학살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바꾸는 오도다.
주지하다시피 가자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폭격 때문만이 아니다. 가자 주민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야외 감옥’에 갇힌 채 이스라엘로부터 집단 처벌을 받아왔다.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 육해공을 봉쇄한 뒤 생필품과 의료물품 등의 반입을 최소한에도 못 미치게 제한했고, 대규모 침공을 반복하며 주기적으로 학살을 자행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긴 봉쇄에 더해 이제는 “완벽히” 가자를 봉쇄한다며 전기, 수도, 연료, 식량 반입을 차단했다. 특히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 주민을 “인간 동물”에 비유하면서 집단학살의 의도를 명백히 드러냈다. 한 인구 집단을 비인간화해 인간 이하 존재로 격하한 뒤 고의로 절멸시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목도했던 바다.
지난 1월 7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후 행진 중인 시민들ⓒ 스튜디오R 현재 163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라는 연대체를 구성하고 서울과 광주에서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밖에 울산과 전주에서도 빈번하게 연대 행동과 선전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격주마다 벌어지는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의 항의 집회, 그밖에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연대 행동들을 보다 크게 조직해야 한다. 계속해서 휴전을 거부하면서 집단학살 만행을 이어가는 이스라엘 점령당국을 비판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여론과 운동의 힘을 키워야 한다.
참고 자료
1. 「Children’s lives threatened by rising malnutrition in the Gaza Strip」, UNICEF, 2024. 2. 19.
2. 「Application of 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in the Gaza strip」,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2024. 1. 26.
3. 유현민, 「남아공, ICJ에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잠정조치 위반' 검토 요청」, 연합뉴스, 2024. 2. 14.
4. SAREE MAKDISI, 「No Human Being Can Exist」, n+1, 2023.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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